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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움에 지친 어르신 – 치매보다 먼저 보였던 마음의 상처

    외로움에 지친 어르신, 방문요양 3일째의 기록

    이번 글은 제가 치매 5등급 어르신을 처음 방문했던 당시의 이야기입니다.

    앞으로 여러 편에 걸쳐 이 어르신과 함께했던 시간을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방문한 지 3일째 되었던 날의 이야기입니다.


    낯선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던 어르신

    처음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치매보다 경계심이었습니다.

    어르신은 제 얼굴을 바라보면서도 마음을 쉽게 열지 않으셨습니다.

    “이 사람도 며칠 오다가 그만두는 건 아닐까.”

    이런 마음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사실 나중에 가족분들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그동안 여러 요양보호사들이 방문했지만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누군가는 며칠 만에 그만두었고,

    누군가는 상황이 어려워 계속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새로운 요양보호사가 찾아오면 반가움보다 먼저

    ‘또 떠날 사람’

    이라는 생각부터 들었을 것입니다.


    출처 : AI 쳇지피티 이미지 생성

    가족에게 들은 어르신의 삶

    방문을 시작하면서 가족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은 어르신께서는 오랫동안 알코올중독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셨다는 것이었습니다.

    술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가족관계까지 무너뜨릴 만큼 깊은 문제가 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부인과도 오랜 기간 함께 살지 못했고,

    자녀들과도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생활은 유지되고 있었지만,

    마음은 오래전부터 혼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쌓인 외로움은 치매보다 더 깊은 상처처럼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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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어르신이라는 이유로 더 어려웠던장기요양 이야기 방문요양

    방문요양 현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남자 어르신을 담당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에 알코올중독 병력까지 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저 역시 가족분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돌봐줄 요양보호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요양보호사의 역할은 상대가 남성이냐 여성이냐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도움을 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안전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충분히 상황을 이해하고 준비한다면,

    누군가는 반드시 그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먼저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방문요양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사람을 바꾸려고 하기보다,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알코올중독이라는 과거도,

    치매라는 질환도,

    외로운 삶도,

    그 모든 것이 지금의 어르신을 만든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간을 무시한 채 돌봄은 시작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특별한 말을 하기보다

    평범하게 인사를 드리고,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천천히 신뢰를 쌓아가기 시작했습니다.



    *https://www.mohw.go.kr/menu.es?mid=a10712030100


    치매는 사람을 잊는 병이지만, 마음까지 잊는 병은 아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치매를 기억을 모두 잃어버리는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치매 어르신들은 조금 달랐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은 잊으셔도,

    누가 자신을 존중했는지는 기억하셨습니다.

    누가 따뜻하게 대해주었는지,

    누가 함부로 말했는지,

    그 감정은 오래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치매는 사람을 잊는 병일 수는 있어도, 마음까지 잊는 병은 아니었습니다.

    이 말은 지금도 제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방문을 드렸던 어느 날, 아버님은 전날 밤에 드신 술 때문에 아침이 되어서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계셨습니다. 방문요양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였지만, 이대로는 정상적인 돌봄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조심스럽지만 진심을 담아 말씀드렸습니다.

    “아버님, 이렇게 술을 많이 드시면 제가 계속 방문드리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저는 아버님을 잘 돌봐드리고 싶은데, 함께 노력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아버님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지만, 제 이야기를 깊이 받아들이신 것 같았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거의 매일 드시던 소주를 더 이상 찾지 않으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정말 술을 드시지 않는 생활이 이어졌습니다.

    저는 그 변화가 제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누군가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있다는 마음이 아버님께 전달되었던 것은 아닐까? 아니면, 이 사람마저도 떠나가면 더 이상 도움을 받을 수 없겠다! 라는 두려운 마음이 변화를 가져온 것일까?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일을 통해 저는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억지로 설득하는 말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진심으로 대하는 마음일 수도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방문요양은 돌봄 이전에 사람을 만나는 일입니다

    방문요양은 청소만 하는 일도 아니고,

    식사만 준비하는 일도 아닙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의 삶을 이해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몸을 돌보는 기술은 배울 수 있지만,

    마음을 돌보는 일은 경험 속에서 조금씩 배우게 됩니다.

    그날 저는 치매보다 더 깊은 외로움을 만났고,

    그 외로움을 이해하는 것이 돌봄의 첫걸음이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마무리

    방문요양 3일째.

    어르신은 아직 저를 완전히 믿지는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급해하지 않았습니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어르신과의 관계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방문을 시작한 지 5개월이 되었을 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 가던 어르신의 모습을 함께 나누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