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내역이 말하기 시작했다
민사소송을 준비하면서 제가 가장 많이 들여다본 자료 가운데 하나는 거래내역이었습니다.
처음 거래내역을 보았을 때는 그저 숫자가 나열된 표처럼 보였습니다.
날짜가 있고, 시간이 있고, 종목과 수량, 가격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송을 준비하면서 거래내역을 한 줄씩 다시 살펴보기 시작하자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거래내역은 단순히 주식을 사고판 기록이 아니었습니다.
그날 제 계좌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시간 순서대로 보여주는 기록이었습니다.
기억이 아니라 기록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사건을 겪은 사람에게는 기억이 있습니다.
저 역시 2024년 2월 28일과 29일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송에서는 제가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그 일이 실제로 언제 일어났는가.
어떤 거래가 먼저 이루어졌는가.
그 거래 이후 계좌 상태는 어떻게 달라졌는가.
이것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필요했습니다.
그때 다시 보게 된 것이 거래내역이었습니다.
시간을 따라가 보기 시작했습니다
거래내역을 볼 때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시간이었습니다.
2024년 2월 28일 장이 끝나갈 무렵 제가 직접 매도한 거래가 있었습니다.
오후 3시 29분, 포스코DX 500주를 53,000원에 매도한 기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후 4시 3분, 다시 110주를 53,000원에 매도한 기록도 있었습니다.
다음 날인 2월 29일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오전 8시 43분부터 8시 44분 사이, 반대매매가 실행되었습니다.
이 시간을 나란히 놓고 바라보면서 저는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날 제가 직접 실행한 거래는 다음 날 반대매매가 이루어지기 전에 계좌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었을까?
이 질문이 이후 증거를 살펴보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숫자는 서로 떨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매도 기록은 매도 기록이고, 담보비율은 담보비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두 자료는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직접 매도상환을 했다면 그 거래가 계좌 상태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는 담보비율과 연결되어야 했습니다.
따라서 거래내역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거래 → 계좌 상태 → 담보비율
이 세 가지를 함께 보아야 했습니다.
하나의 숫자가 다른 숫자와 연결되면서 비로소 사건의 의미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질문
거래내역을 살펴보면서 한 가지를 배웠습니다.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만 확인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거래가 사건 전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였습니다.
예를 들어 전날 이루어진 자기매도상환이 담보비율을 변화시켰다면, 다음 날 반대매매가 실행된 이유를 판단할 때 그 거래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계속 질문했습니다.
전날의 거래는 정상적으로 반영되었는가?
그 결과 담보비율은 얼마가 되었는가?
그 상태에서도 반대매매 대상이 되는 것이 맞았는가?
거래내역은 질문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의 시작이었습니다.
증권사의 설명과 기록을 함께 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증권사가 설명하는 내용을 그대로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자료가 하나씩 모이면서 설명과 기록을 서로 비교해 볼 필요가 생겼습니다.
증권사는 처음에는 담보부족을 반대매매 이유로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금융감독원 민원 과정에서는 장중상회등록 미실시라는 설명이 등장했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확인해야 했습니다.
실제 계좌의 담보비율은 당시 얼마였는가.
반대매매가 실행된 정확한 시간은 언제인가.
그리고 증권사가 안내한 처리 기준과 실제 실행은 일치하는가.
이제 거래내역은 단순한 계좌 기록이 아니었습니다.
상대방의 설명과 실제 기록이 서로 맞는지를 확인하는 기준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기록은 감정보다 정확했습니다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여러 감정이 함께 따라옵니다.
하지만 소송서류를 작성할 때는 그 감정에서 잠시 떨어져 있어야 했습니다.
거래내역에는 감정이 없었습니다.
2024년 2월 28일 15시 29분.
2024년 2월 28일 16시 03분.
2024년 2월 29일 08시 43분과 08시 44분.
기록에는 시간이 남아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기억이나 주장과 관계없이 기록된 시간은 그대로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점점 “누가 무엇이라고 말했는가”보다 “기록에는 무엇이 남아 있는가”를 먼저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증거 읽기 포인트
민사소송에서 거래내역을 증거로 살펴볼 때 저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거래가 이루어진 정확한 날짜와 시간은 언제인가?
거래 전후 계좌 상태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다른 증거자료와 거래내역의 시간이 서로 일치하는가?
상대방의 설명과 실제 거래기록은 일치하는가?
이렇게 하나의 자료를 다른 자료와 연결해서 보자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사실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함께 참고하면 좋은 사이트
대한민국 법원 전자소송포털
민사소송을 진행하면서 거래내역과 같은 자료를 증거로 활용하려면, 단순히 자료를 가지고 있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어떤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자료인지 정리하여 법원에 제출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전자소송을 직접 진행하는 경우 대한민국 법원에서 운영하는 전자소송포털을 통해 사건 진행과 전자소송 관련 절차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ecfs.scourt.go.kr/psp/index.on
*민사소송 이야기 제8장-결국 법원이 판단할 것이다
소송 노트
민사소송을 준비하면서 저는 증거를 많이 모으는 것만큼 증거 사이의 관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거래내역 한 장만 보면 평범한 숫자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거래가 이루어진 시간과 계좌 상태, 담보비율, 증권사의 설명을 함께 놓고 보면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됩니다.
결국 제가 찾아야 했던 것은 숫자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숫자와 숫자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였습니다.
에필로그 — 결국 담보비율이라는 숫자 앞에 섰습니다
거래내역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고 나자 결국 하나의 숫자로 시선이 모였습니다.
담보비율.
전날 제가 직접 매도상환을 한 이후 담보비율은 실제로 어떻게 계산되어 있었을까.
그리고 그 숫자는 다음 날 이루어진 반대매매와 어떤 관계가 있었을까.
처음에는 계좌에 표시되는 하나의 숫자에 불과했던 담보비율이 소송을 준비하면서 사건의 중요한 쟁점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글
→ 「담보비율, 숫자 속에 숨겨진 진실 — 민사소송 이야기 제2편 제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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